피스오브피스의 1년과 광복의 의미

피스오브피스의 1년과 광복의 의미

지난 1년동안 피스오브피스는 청년들과 공동체의 의미를 나누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주변의 친구에게 손을 건넬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기를 원했고, 현실의 문제에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싶었습니다. 피스오브피스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안부를 묻고, 진심을 전하여 함께하고 있다는 든든한 응원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전지구적인 기후위기의 문제가 청년의 삶과 맞닿아 있는 현실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나로부터 시작되는 긍정으로의 변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우리의 언어가 청년의 삶을 향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피스오브피스의 청년들에게 진심어린 응원과 사랑을 보냅니다. 피스오브피스의 목소리는 청년들이 마음을 나누는 사랑과 연대의 가치 위에서 미약하나마 계속될 것입니다.

피스오브피스는 2020년 8월 15일 광복절에 되새긴 자유의 의미와 평화의 꿈 위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은지 76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1년 전 나누었던 역사의 기억과 자유를 향한 선언에 대해 다시한번 그 의미를 생각하고 청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날이 오면

                                                                                                        심   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定)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매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읽으면 우리의 선열들이 꿈꿔온 ‘그날’ 대한 염원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꿈꿨던 광복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단순한 민족적 자유에 대한 열망이 아닌 인간의 본질적인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에서는 광복을 맞이하는 모든 개인이 느낄 기쁨의 의미가 더 강렬하게 담겨있습니다. 한반도의 모든 생명들이 기다리는 광복의 기쁨은, 죽음을 초월해서라도 마침내 이루고 싶은 우리의 염원이었음을 이 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6년 전 우리의 선열들이 맞이했던 8월 15일은 폭력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 모든 개인들의 자유를 응원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평화의 의미가 더욱 짙습니다.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 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지난 수천 년 갈고 닦으며 길러온 인도적 정신이 이제 새로운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하는구나. 새봄이 온 세상에 다가와 모든 생명을 다시 살려 내는구나. 꽁꽁 언 얼음과 차디찬 눈보라에 숨 막혔던 한 시대가 가고,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볕에 기운이 돋는 새 시대가 오는구나.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이 나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나와 함께 나아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기미독립선언문 말미에 나와있는 이 구절들은 미래 지향적입니다. 우리가 겪었던 고통의 나날들과 자유를 억압받던 그 날에서 벗어나 꿈꿔왔던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지녀온 자유권”이라는 구절은 인간이 스스로의 자유를 추구하고 누릴 권리가 본질적으로 존재했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 어떠한 저항조차도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든 개인이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은 우리의 조상들이 꿈꿔온 평화의 세상이자 독립의 의미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평화의 선언 위에, 저항이 아닌 인간 존엄의 긍정 위에서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광복은 우리를 억압했던 일본의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난 의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평화를 향한 긍정은 광복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향한 열망에는 당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본래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며 모두가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는 존재입니다. 광복을 꿈꿨던 우리의 선배들이 자연스럽게 ‘그날’을 꿈꿨듯이, 76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자유로운 청년의 삶과 평화를 향한 남북 통일의 염원이 자연스럽게 남아있습니다.

피스오브피스가 이러한 광복의 의미 위에서 세워진 1년동안,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사회의 체제를 바꾸거나, 구조적인 문제를 타파하는 것이 아닌 나로부터의 긍정으로 출발하는 움직임을 지향해 왔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걸어갈 길 또한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평화를 위한 마음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음과 태도는 광복을 염원하며 그날을 꿈꿔온 모든 개인의 마음에서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인간 존엄의 위에서 우리의 삶의 평화를 회복하는 일이 피스오브피스의 믿음 위에서 행해질 수 있도록 우리는 광복의 의미를 잘 기억하고 즐겁게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