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묻다] "안정적으로 잘 서있는 나무"

[나를 묻다] "안정적으로 잘 서있는 나무"

[나를 묻다] 김성재

김성재는 그에게 주어진 하루를 덤덤히 살아간다. 그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듯 하지만, 천천히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답한다. 그는 무던하지만 심지가 곧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 같다. 덤덤히도 단단하다. 깊은 그의 눈을 따라 들어가면 그가 바라는 세상이 고요히 담겨있을 것만 같다.

최근 그는 자신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 겨울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을 보고 ‘눈이 내린다’는 사실에, 문뜩 ‘예뻐서 좋다’라는 자신의 감정을 덧붙여보았다고 했다.

객관적인 사실 곁에 '나'라는 주관을 두는 일은 가장 창의적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자, 삶의 주체로서의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일인 듯 하다. 그가 좋아하는 버드나무처럼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고 단단히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지난 겨울 깨달았나보다.

일상 속 김성재만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이름을 소개해줄래?

'이룰 성'에 '있을 재' 자야. 이룰 수 있다. 삼남매 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었는데, 나는 만족스러워.

여름하면 떠오르는 날이 있어?

꼽자면 비 올 때. 초등학생 때 동생하고 비가 올 때마다 되게 신나게 놀았던 것 같아. 남동생이랑. 농구 코트에 비가 오면 되게 미끄럽고 재미있거든. 거기서 놀았어. 재밌어서 기억에 남아.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야?

나는 봄이나 가을. 안 덥고, 안 추워서 좋아. 덥고 추운 것보다는 안 덥고 안 추운 게 나으니까.

방학은 주로 어떻게 보내?

뭔가 해야 하는데 잘 안 해. 이번 방학에는 토익하고 한국어를 공부해야 해. (해야 할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구나.) 안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데. 만약 안 한다면 연애? 오는 연애 안 막지. (웃음) (어떤 연애를 원해?) 그냥 내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 같이 있을 때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어.

하늘을 자주 봐? 기억에 남는 해질녘 하늘이 있어?

자주 봐. 기억에 남는 하늘은 없는데, 그냥 하늘을 보면 좋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하늘은 없는데 길 가다가 보는 걸 좋아해. 문뜩 볼 때도 있고, 오늘 날이 좋아서 하늘이 예쁘겠다고 생각해서 볼 때도 있고.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은 어떤거야?

나는 좋아하는 스타일은 없어.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내가 가서 즐겁고,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 스타일에 맞춰서 같이 있고, 같이 쉬고, 같이 돌아다니고 싶으면 다니는데 상관이 없어. 근데 만약에 혼자 여행을 가면 그냥 느긋하게 다니긴 하는 것 같아. 계획을 안 하고 가다가 저기나 가볼까 하고 보고. 근데 또 그게 빨리 끝나. 이제 들어가서 쉴까 하고. (웃음)

최근에 찍었던 사진은 뭐야?

지난 일요일에 에릭 요한슨 전시회 갔다가 한강에 앉아서 찍었더라고. 버드나무를 찍었는데, 왜냐하면 버드나무를 좋아해. 좋아하는 이유가 축 처져 있어서야. 잎이 떨어지는 듯이 처져있잖아. ‘그래서 좋아하나?’ 하고 생각을 해봤어. 쏟아질 듯한데 그래도 버티고 있는 것처럼, 쏟아질 것 같은데 안정적으로 잘 서있잖아 나무가. 그런 게 멋있어. 버드나무를 볼 일이 자주 없지만 볼 때마다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좋아한다고 느낀 건 최근에 와서인 것 같아.

요즘 익숙한 건 뭐야? 편하게 느껴지는 것.

아침에 일어나는 거. 이제 대면으로 바뀌어서 학교를 매일 나간지 거의 두 달이 넘어가니까. 아침마다 나가는 거에 익숙해졌어. 코로나 이전에는 이 날은 나가고, 안 나가고가 있었는데 이제 코로나가 끝나가니까.

대학생활은 어때?

요즘엔 너무 바빠. 시민단체하고, 수업하고, 책 읽고. 온갖 것들이 너무 많아. (웃음)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해?

근데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아. 바쁜 만큼 내가 막 쪼들리면 스트레스를 받을텐데, 바쁘구나, 하면서 그냥 지켜 봐서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목표, 계획을 세워놓고 그걸 지킨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그 상황의 위기를 해결하는 식으로 처리를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는 안 받는데, ‘해냈다!’ 이런 성취감은 확실히 적은 것 같아. 다른 사람이 같은 바쁨으로 같은 일을 했을 때랑 내가 그냥 그 일을 했을 때랑 차이가 있지 않나.

불안한 것도 있나?

불안한 게 있지. 내가 잘 해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 좀 긴장하는 것 같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때 모의법정을 하는데 종이 들고 발표를 해야하는데 종이가 막 흔들려가지고. 긴장인지 불안인지 모르겠는데,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고. 주변 피드백은 ‘너 잘 하던데 왜’인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해. 주변 평가가 항상 내 생각보다 좋아. (대부분의 피드백이 잘 했다는 거라면 넌 실제 잘 하는 사람인 게 아닐까.) 그런 게 있어. 그 사람 입장에선 잘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는 것.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네?) 그럼 있지. 중간중간 하려고 잡아보기도 하는데 결국 잘 안 돼서 미뤄버리는 게 많아.

일상에서 요즘 어색하고 낯선 게 있다면?

어색하고 낯선 게 별로 없어.

너에 대해 얘기하는 건 어때?

작년 말부터 많이 하는 것 같아. (계기가 있어?) 그냥 겨울에 하늘을 보는데 눈을 보고 ‘예쁘다, 좋다’라고 생각을 했지. 그게 계기야. 원래는 그냥 눈이 오네, 이렇게 넘어갔을 걸 굳이 한번 붙잡아서 예쁘네, 좋다라고 생각을 한 거야. 그때는 일부러 했을 수 있는데, 그러려고 하다보니까 그래지고. 그 뒤로도 조금 바뀌었다는 사람들도 있고.

남은 올해에 하고 싶은 건?

생각은 안 해봤는데. 뭘 하든 상관없는데 누구랑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친구들이랑 뭘 하든 좋고. 무얼 하든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지.

봄이다. 부드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있는 봄의 일상을 살다가 문뜩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미소짓게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