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묻다] "하나를 오랫동안"
[나를 묻다] 강호영
강호영의 오른손 손톱은 왼손보다 길다. 그는 기타를 치기 때문이다. 수년 전, 유튜브를 보고 기타를 처음 배우고 있다던 그는 어느새 원하는 곡을 카피해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이처럼 강호영의 이야기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과 꾸준함이 담겨있다. 호영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 이유가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자기가 무얼 좋아하는지 이야기하는 그에게는 머뭇거림이 없다. 그의 일상에는 그를 설레어 가슴 뛰게하고 몰두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이름을 소개해줄래?
“내 이름은 강호영이야. 높을 호에 비칠 영.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지. 강스타!”
이제 다시 여름이 돌아오는데. 여름하면 떠오르는 날이 있어?
“딱히 좋아하는 계절은 없는데 싫어하는 건 여름이야. 더운 걸 너무 싫어해서. 한번 생각을 해봤는데, 오키나와 갔을 때가 너무 좋았어. 말로만 듣던 에메랄드 빛 바다를 처음 봐서. 너무 예쁜 거야. 산호초가 있고. 바다 보는 걸 좋아하니까 좋았지. 오키나와는 항상 따뜻하니까 느낌이 여름이었어. 그래서 나중에 또 가고싶어.”
그럼 어떤 계절이 좋아?
“각 계절마다의 특징이 있잖아. 그래서 그런 건 좋아해. 변하는 거. 계절이 변하는 걸 좋아해. 여름에 엄청 덥다가 가을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게 좋아. 그러면 이제 가을이 왔구. 겨울에서도 봄이 될 때도 따뜻하고 파릇파릇해지잖아. 시간이 가는구나.”
하늘을 자주 봐? 어떤 하늘을 좋아해?
“완전 새파란 거. 구름 없이. 우주같아. 끝이 없어 보이잖아. 걸을 때 많이 봐. 또 걷는 걸 좋아하니까. 학원에서 일할 때 학원 가는 길이 육교를 지나가서 그때 많이 봤었는데. 그 길을 되게 좋아했어. 옆에는 기찻길이 쭉 깔려있고 하늘이 뻥 뚫려있어서 거기 걸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
최근에 찍은 사진은 뭐야?
“최근에 찍었던 건 내 면접 복장이네. 위에만 정장 입고 밑에는 반바지를 입은 이 모습이 너무 웃긴 거야. 사진을 많이 찍진 않는데 영상을 많이 찍어. 기타 치는 거. 이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영상을 찍으면 좋은 게 내가 더 좋게 잘 치는 영상을 찍고 싶어서 더 열심히 연습해. 진짜 잘 쳐서 올려야지. 올렸는데 못 치면 멋이 없잖아. 그래서 의식적으로 내가 연습하는 걸 찍으려고 해. 그럼 더 빨리 늘어.”
요즘 연주하고 있는 곡은 뭐야?
“지금 한 곡만 엄청 파고 있어. ‘Phunk dified’라는 곡인데 엄청 화려해. 기타를 치고 한 일 년도 안 됐을 때 영상을 찾아봤을 때 이걸 보고 진짜 입이 안 다물어지는 거야. 무슨 기타에서 이렇게 많은 소리가 날 수 있지 하고. 두들기기도 하고 이러니까. 이건 나 평생 쳐도 못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중간중간 한두번 시도를 해봤는데 포기를 했어. 근데 지금은 집에서 연습할 시간이 많으니까 지금이 타이밍이다, 지금 연습해야겠다 해서.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칠 수는 있어. 그런 정도가 됐어. 매일 그걸 치니까 아마 집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울 거야. 난 지금 연습하는 정도니까 다른 사람처럼 막 좋게 들리게 못 치거든. 좀 미안하더라고. 어쩌겠어. 나중에는 잘 치겠지.”
키우거나 가꾸고 있는 게 있어?
“없지. 기타 키워. 알아서 잘 자라지. 가끔 닦아주고, 먼지 털어주고, 줄 갈아주고. (웃음) (키워보고 싶은 생각은?) 반려동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었지. 누나도 나도 강아지 되게 좋아하거든. 나는 되게 쭈글쭈글한 불독을 키우고 싶어. 좀 뚱뚱하고, 굴러다니는. 얼굴을 찌부하고 싶어. 나중에 책임질 수 있을 때 키워보고 싶긴 해. 나랑 비슷한 건 고양이인 것 같은데. 나랑 정 반대인 걸 키워보고 싶어.”
요즘 자주 먹는 건 뭐야?
“여전히 면을 많이 먹어. 요즘 집에 계속 혼자 있잖아. 내가 면을 좋아하다보니 파스타를 한번 연습해봐야겠다, 해서. 내가 기름 파스타를 엄청 좋아하거든. 유튜브 보면서 연습해서 지금은 안 봐도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주에 한 세 번은 해먹어. (레시피는?) 알리오 올리오를 해먹으니까, 마늘, 파스타 면, 페퍼론치노, 올리브유지. 근데 단백질이 없으니까 힘이 안나잖아. 닭가슴살 넣어 먹으면 맛있겠는데 해서 한 덩이를 잘라서 올려 먹는 거야. 그럼 행복해. 너무 풍족해. 면도 이만큼, 닭가슴살도 이만큼.”
좋아하는 것들이 꾸준한 것 같아.
“난 그때그때 좋아하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질리는 게 거의 없네. 사실 질릴 거면 안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 대부분 너무 좋아서 즐겨하는 거지. 기타 치는 것도 그렇고, 라멘이나. 좀 진득하게 좋아하는 편이지. 하나를 하면 그것만 하는. 나는 면접에서 그걸 단점이라고 얘기했거든. 하나를 할 때 몰두해서 하고, 그걸 마무리를 못하면 다른 게 안 잡히는 스타일이라서 다른 해야할 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 했거든. 장단점이 있는 것 같은데.”
올해를 시작할 때 ‘이건 꼭 해야겠다’라고 세웠던 계획이 있어?
“딱히 계획이 없었고, 돼야겠다 했던 건 올해 안에 취업을 꼭 하자. 그게 제일. 원래 이번 학기가 아니라 올해였긴 한데. 어떻게 잘 돼서 목표는 상반기 안에 끝내는 거지.”
“계획보다는 하고 싶은 게 많았지. 엄청 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은 건 스탠딩 공연을 가는 것. 이제 공연을 다시 하고 있는 추세이긴 한데 앉아서 보는 거랑 스탠딩 공연은 아예 결이 다르거든. 스탠딩 공연은 미친 듯이 놀고, 온 에너지를 다 쓰거든. 공연에 갔다왔는데 몸이 편한 게 싫어. 목도 쉬고 다리도 엄청 아프고 해야되는데. 근데 요즘 공연은 갔다 와서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거야. 다 쓰고 와야 하는데. 그래서 일단 올해 스탠딩 공연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꼭 가고 싶어. 가면 울 것 같아. 울면서 소리 지를 것 같아. 유일하게 소리 지르는 게 콘서트 안에서야.”
콘서트가 왜 좋은 것 같아?
“제일 큰 이유는 내가 음악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는 거니까 그 자체가 좋고. 에너지를 흠뻑 쓰고 올 수 있는 것도 그것도 매력인 것 같아. 온전히 다 쏟아서 하는. 나는 완전 초집중하는 걸 좋아하거든. 하나를 오랫동안. 라이브의 현장감도 좋고. 내가 좋은 걸 숨기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고. 거기 안에서 만큼은 다 그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인 거니까. 대화를 꼭 하지 않아도 분위기 자체로 내가 엄청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상관이 없는 사람들. ‘어, 왜 이래?’라고 하지 않을 사람들인 거니까. (너다워질 수 있는 곳이구나.)”
“음악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공연 큐레이팅 해주는 느낌으로 해보고 싶어. 공연에 사람들이 망설이는 이유가 잘 몰라서인 것 같아. 아무리 좋아하는 넬, 검정치마 공연을 가도 서사를 모르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 아티스트의 스토리나 노래들, 들어야 하는 음악들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모임을 만들고 싶어.”
“내가 너무 좋았으니까, 내가 그걸로 삶의 활력을 얻었으니까. 와 진짜 이 짜릿한 기분을 공연을 안 가는 사람들은 평생 모르고 살겠네. 그런 걸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사람들과 내가 같이 떠들고 싶어서.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나한테도 필요한 것 같아. 맨날 나만 재밌고 그 열기를 공유를 못하니까. 그래서 진짜 나중에는 좀 더 아이디어 구상을 해서 사업 같은 걸 해보고 싶어.”
요즘 제일 익숙하고 편한 게 있다면?
“익숙한 거 편한 거 둘 다 기타 치는 시간인 것 같아. 작년과 올해가 많이 다르니까. 그땐 혼자 살았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집에 살고 학교도 안 다니고. 그래도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계속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같은 게 기타치는 거니까. 지금은 너무 어색한 것들이 많아서 그게 필요한 것 같아 그래서 기타를 많이 치기도 하고. 너무 심심해. 나는 이 심심함이 익숙하지 않아.”
어떤 게 어색하고 낯설어?
“많지. 취업준비를 하면서 면접 보고 이런 모습도 너무 어색하고. 정장을 입은 내 모습, 최악이야. (웃음) 곧 있으면 내가 일을 하겠구나, 그럼 일을 하는 내 모습도 상상하면 너무 어색하고. 2년 동안 혼자 살았으니까 집에서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 것도 너무 어색하고. 그냥 심심한 것도 너무 어색해. 많은 것이 어색한 요즘이야.”
요즘은 너만의 시간이 많아?
“엄청 많지. 모든 시간이 나만의 시간이지. 서류 자소서 쓰는 것만 시간이 걸리고. 면접 준비는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너무 많은 걸 하고 면접 학원도 다니고, 인강도 듣고 취업을 위해서 입시처럼 하더라고. 그러다보니 괜히 불안했어. 그런 걸 하고 싶지 않은데, 차이가 많이 나겠다 해서. 그래서 상반기에 취업을 안 하고 준비를 하려고 했어. 근데 ○○에 처음 붙으면서 그렇게 졸업을 하고 나서 뭘 더 할 필요가 없구나, 내가 학교 다닌 걸 잘 정리하고, 그냥 나를 보여주면 되는구나 했어.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그걸 자신있게 보여주면 말도 더 잘 되고 그렇더라고.”
강호영은 기타를 닮아있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은 마치 하나하나의 기타줄 같이 느껴진다. 음악, 면 요리, 새파란 하늘, 걷기. 그의 삶은 기타줄이 튕겨져 음악이 되는 과정과 닮아있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그의 삶이 되고, 연주는 꾸준히 이어진다. 앞으로 그의 기타에 담길 설렘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강호영의 다음 연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