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묻다] "사실 요즘은 다 낯설어"

이 시대의 청년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청년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세대일까요? 청년다움, 청년의 나다움은 무엇일까요?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년이 바라보는 청년, 내가 바라보는 나는 누구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가 내려지는 청년이 아닌, 우리가 이야기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통해 청년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피스오브피스는 청년으로, ‘나’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친구들에게 그들의 삶과 경험에 대해, 현재와 주변에 대해 묻기로 했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에 각자의 나다움이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기를, 수많은 나다움이 모여 청년다움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매달 1명의 청년과의 인터뷰가 업로드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나를 묻다] 성도석

- 너의 이름에 대해 소개해줄래?

“내 이름은 성도석이야. 내 이름은 내 가족이 지어준 건 아니고, 부모님이 되게 좋아하시던 한의원이 있었는데, 옛날에 나이가 많으신 원장님이 지어줬어. 우리 엄마가 날 임신했다고 했을 때. 근데 보통 뜻이 있더라고 이름들에. 근데 나는 그런 뜻으로 지은 게 아니라,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이름으로 보는, 한자의 조합(으로 지어졌어.) 나도 어렸을 때 뜻이 있는 줄 알고 엄마한테 내 이름 뜻이 뭐냐고 물어봤었는데 뜻이 없다고 하기에는 내가 속상할 것 같으니까 그때 얘기했던 게, ‘너 길 도에 주석 석 자잖아. 그러니까 길에 있는 보석이지’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왜 근데 길에 있는데? 길에 있으면 돌멩이랑 보석이랑 다를 게 뭐야?’ 이랬지. 그러니까 엄마가 ‘대신에 누가 한번 알아주고 주우면 어떻게든 빛나겠지.’ 이런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 그걸 내 뜻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어. 누군가 나를 알아보거나 그래준다면 보석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 기억에 남는 여름날이 있어?

“어렸을 때 가족들이랑 놀러갔던 바닷가. 엄청 어렸을 때지. 그때는 그래도 가족들이랑 많이 놀러갔던 것 같아. 거의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 다닐 때지. 가족들도 진짜 행복한게 보였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매년 하조대 해수욕장이라고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거기는 사람들이 별로 잘 안 와. 잘 모르고. 근데 그래서 놀긴 좋아. 거기 많이 갔었는데 점점 주기가 뜸해지더니 나중에는 못 갔지. 나이들도 있고 다들 바빠지니까. 누나들도 점점 바빠지고. 그래서 진짜 오랫동안 가족끼리 여행을 못 간 것 같아. 그래서 그 어렸을 때 진짜 아무 걱정 없이 가족들이랑 놀았던 그 바닷가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 그 날이.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어?) 남들이 생각했을 때 되게 일상적일 수 있는데, 나한테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지. 아빠가 보트 끌어주고, 바람넣어서 만든 보트 있잖아. 그럼 그 위에 가족들이 타서 노는 그 장면. 그리고 그걸 누나인가가 밖에서 찍어준 사진. 그런 게 기억에 남지. 보면 진짜 걱정 없이 표정으로 다들 순수하게 재밌게 논 것 같아. 가족들이 지금은 그렇게 못하지.

(왜? 요즘은 걱정이 많은 것 같아?) 일단 엄마아빠 나이도 있고. 엄마아빠의 그때 그 에너지가 많이 지치실 것 같고 지금 그렇게 놀면. 지금은 다들 이런 생각하지 않을까? 정말 맘 편히는 못 놀고, ‘아 다음 날 출근해야 되는데’. 엄마아빠도 사실 쉬는 날 없이 일 하시고 계시니까. 나도 그렇고. (아쉬워?) 아쉽다기보다는 그런 날이 다시는 있을 수 없으니까.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까 기억에 남는 것 같아. 그렇다고 지금이 뭔가 잘못되었다, 지금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 요즘 하늘을 보며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곤 해. 최근 해질녘 하늘을 본 적이 있어?

“하늘은 자주 보는데, 나는 하늘을 봐도 날 밝을 때 하늘이나 아니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하늘을 주로 봤거든? 근데 최근에, 내 여자친구가 워낙 그 해질녘의 하늘을 되게 좋아해. 그 순간을 좋아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여자친구를 따라서 보게 되더라고. 근데 그 동안을 몰랐던 예쁜 하늘이었던 것 같아. 그 순간 만큼은 되게 몽환적, 이국적으로 변하더라고 하늘이. 근데 그게 몇 분 안 돼. 해가 숨기 직전이라. 나는 그걸 몰랐던 거지. 근데 그 짧은 순간이 정말 다이나믹한 경치를 자아내더라고. 그래서 여자친구 따라서 나도 사진을 자주 찍어보려고 하고 있어. 그런 하늘이, 해질녘이 예쁠 때. 여자친구는 되게 바이올렛한 보라색을 좋아하거든. 해질녘에 유독 하늘이 딱 보랏빛으로 변할 때가 있어. 살짝 구름이 껴있는 상태로 해질녘이 되면 뭔가 보랏빛이 돌아. 그때 여자친구가 되게 좋아해. 그때 정말 예쁜 것 같아.

(그걸 봤을 때 드는 느낌은 어때? 처음 이런 색이 있다는 것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해서 여태 살면서 수많은 날을 봤을 거 아니야. 수많은 하늘을 보고. 나도 하늘을 되게 많이 보는 사람이거든. 근데 그런데도 몰랐던 거지. 그래서 신경쓰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구나. 정말 맨날맨날 마주하는 그런 똑같이 돌아오는 하늘이고, 하루지만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것들이 많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 그래서 뭔가 고맙지. 여자친구한테나. 내 곁에 있는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고마워. 나도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기도 하니까.”

- 하늘 사진을 자주 찍는다고 했는데, 그럼 제일 최근에 찍었던 사진은 뭐야?

“졸업사진? 졸업사진 뭐 그 정도. 근데 진짜 그런 거 아니면 사실 딱히 찍었던 게 없네. (졸업사진 찍을 때는 마음이 어땠어?) 음… 뿌듯하다. 나는 빨리 졸업사진을 찍고 싶었어. 한 학기 남들보다 밀리기도 했고, 한 학기 더 공부하면서 빨리 졸업하고 싶더라고. 이젠 좀 하고 싶다. 좀 많이 힘들더라. 왜 대학교가 4년까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웃음). (뭐가 힘들었어?) 이건 나로 한정돼서 힘들었을 수도 있어. 왜냐하면 남들은 4년을 다니고 끝에 한 두 학기는 조금 여유롭게 가져가면서 취준을 병행하잖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졸업을 하는데, 나는 복수전공을 하는 입장이고 진로를 많이 늦게 잡았기 때문에 뒤가 훨씬 더 바빴어. 그래서 정말 안 쉬고 꾸역꾸역 학점을 채우면서 수업을 들었지. 그리고 졸업을 하려면 어떤 나름의 연구를 하고 보고서를 써서 내야 돼. 졸업 논문이지. 근데 그걸 나는 정말 진득하게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추가 학기를 한 거였어 사실. 그만큼 오래 바빴던 거고. 그래서 나도 좀 힘들더라. 휴학 한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쉬고 달려온 거여서. 학교 공부만 하는 거였는데도 힘들더라고. 그래서 빨리 졸업해야겠다, 한 학기만 더 다녀도 이렇게 힘들구나 싶었어. (그럼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다.) 맞아 그 부분이 좀 많이 불안하긴 해. 근데 여기서 쉬면 정말 맘대로 쉬질 못해. 사실상 공백기니까.”

- ‘식집사’라는 말을 들어봤어? 고양이를 키우면 집사라고 부르잖아, 그런 것처럼 식물을 키우는 사람인 거지.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긴 시간을 쉴 수는 없으니까 식물을 가꾸면서 짧은 시간의 쉼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 지금 키우거나 가꾸고 있는게 있어?

“없는데, 요즘은 되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고양이나 강아지.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취준을 하면서 친구 집에 많이 가있거든. 그 친구가 고양이를 키워 혼자 자취를 하는데. 고양이가 되게 귀엽더라고(웃음). 그리고 느낀 건 신기한 게 동물들도 다 성격이 있더라고. 여자친구 강아지들을 예로 들면 하나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이랑 적응을 잘 못해. 낯가린다기보다는 좀 공격적이야. 한 마리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애교가 엄청 많고 붙임성이 좋고. 하나는 엄청 낯가리고. 완전 천차만별이야 성격이. 그래서 신기하더라. 한 집에 사는데도 그렇게 성격이 천차만별이구나. 그런 걸 보면 뭔가 사람같아. 고양이도 그렇고. 정말 강아지 같은 고양이가 있는 한 편에, 좀 츤데레 같은 고양이도 있고. 평소에는 막 ‘아 하지 말라고! 아 만지지 말라고!’ 그러는데, 잘 때 되면은 뽈랑뽈랑 옆에 와서.

(그럼 넌 만약 키운다면 어떤 성격이었으면 좋겠어?) 옛날에는 고양이가 좋지 않을까 했거든? 그런 성격이 좋지 않을까. 좀 알아서 하고, 독립적이고, 구분선이 있는. 너와 나의 거리. 친할 때 친하되. 그런 거였는데, 요즘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더라. 나도 뭔가 지치고 그러니까 수시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아. 그래서 어느 때나 나를 반겨줄 수 있는 강아지가 키우고 싶어.”

- 요즘 너의 일상에서 자주 먹는 음식이 있어?

“외식으로 얘기하자면 나는 피자를 좋아해서, 피자를 자주 먹게 되는 것 같아.그래서 뭘 시킨다면 보통 피자를 시켜. 어제도 도미노 피자 먹었는데. 내가 정말 환장하는 건 시카고 피자. 나는 아직도 기억이 나. 친구들이랑 부천역에서 시카고 피자를 먹었던 거. 나는 그때 처음 먹어보고 반한 거야. 그때 이후로 시카고 피자를 찾아다녔지. 근데 그때 그 매장만큼 맛있던 게 없는 것 같아. 원래도 피자를 좋아했는데 ‘아 이런 피자가 있구나, 미쳤다’. 치킨은 한 마리 못 먹는데, 피자는 한 판 할 수 있을 것 같아.”

- 살면서 가졌던 식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가 있어?

“나는 자꾸 그때 생각이 나는 게 마냥 좋아서 생각나는 건 아닌데, 그때가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 모르겠어. 잊어버렸을만도 한데 계속 기억나는 게. 그 옛날에 크레센도 발대식 때 몇 십명이 고깃집을 가잖아. 난 그게 요즘따라 생각이 나. 요즘은 상상도 못 할 그림이거든. 심지어 회사원도 아니고 학생들이라는 게. 일반인이 생각했을 때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때인 것 같아. (희한하지.) 응. 정말 남이 봤을 때 희한한 그림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그런 그림이라 그때가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 몇 십명이 한꺼번에 교복에 고기냄새 배어서 나와가지고 번호 물어보고 있고. 생각보다 많이 옛날이야.”

- 요즘 네가 자주 먹는 익숙한 음식은 집밥과 피자라면, 그런 것처럼 요즘 너의 삶에서 제일 편하고 익숙한 게 있다면 뭐야?

“익숙한 거… 음… 솔직히 말하면 익숙한 게 별로 없어. 익숙한 거? 요즘은 진짜 없는 것 같아. 요즘 다 낯설어 사실. (그럼 어떤 게 어색하고 낯설어?) 사실 어느 것 하나 잡아도 낯설텐데. 나는 나에 대해서 많이 낯선 것 같아. 그게 큰 것 같아. 나는 그 동안 되게 자신만만했거든. 나에 대해서 되게 잘 알고, 그런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근데 취준을 하면서 나다움을 찾다보니까 굉장히 어렵더라고. 그리고 내가 자신만만했던 나의 모습은 엄청 작은 나의 한 부분일 뿐이고, 좀 더 잘 살펴보면 모르는 나의 모습들이 많이 숨어 있더라고. 그것을 찾아야 하는 게 숙제인 것 같아. 그래서 ‘아 생각보다 나를 아는 게 너무 어렵구나’를 많이 느끼고 있어. 그리고 그만큼 자신감도 조금 떨어지더라고. 아, 어렵다. 나를 알고 나를 표현하는 게 많이 어려운 거구나. 자신감이 꺾여있는 내 모습을 보니까 또 안 익숙해.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는 내가 원했던 공부를 했는데, 이제는 취준에 들어서니까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내 가치관도 조금 변해야 하고. 많이 낮설어. 환경도 낯설고 주변 사람들도 사실 낯설어. 엄마아빠도 나를 보는 시선이 좀 바뀌었을 거고, 기대감이 크시지. 학생 때는 부모님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시는데, 이제는 정말 소식 하나하나에 많이 기대하시고 실망하시겠지. 내가 실망하는 것처럼. 그런 모습이 좀 낯설고. 여자친구도 사실 그래. 많이 응원해주는데, 안 될 때는 또 같이 아쉬워하고 속상해하고 그러니까. 그거 하나로 나랑 내 주변이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손으로 굴곡선을 그리며) 돼야 되는데 또 그것 자체로도 낯설다? ‘내가 왜 그래야 되지?’ 그런 생각도 들고. 어떻게든 낯설다로 귀결이 되네.”

- 2021년 새해를 맞이하며 세웠던 계획이 있어?

“취준생 입장으로 하나 있지. 아 취준생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어. (성도석의 입장으로는 뭐였는데?) 내가 진로를 늦게 잡았거든. 복수전공 했는데 원래는 우주과학과고, 복수전공한 게 전자공학과야. 전자공학과 수업을 듣다보니까 반도체에 관심이 생긴 거야. 우주과학과를 후회하진 않는데 어쩌다보니까 꼬리표가 된 거지. 근데 나는 절대 후회하진 않아. 어쨌든 그런 단점이 있고, 진로를 늦게 잡다 보니까 워낙 준비가 남들보다 더뎌있었어. 그래서 올해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이 진로에 대해서 내가 정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어. 어, 그거면 일단은 됐다. 조금 안 좋게 흘러가더라도 그거 하나만 내가 확인하면 좀 의미가 클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절반은?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 같아. 왜냐면 그래도 서류를 넣으면서 서류에서는 합격을 계속 하니까 그래도 자격 정도는 있구나, 그래도 발언권 정도는 있구나. 그 정도는 얻은 것 같아서 속으로 ‘그래, 그나마 다행이지, 정말 좋은 소식이다, 그 후로는 정말 나에게 달려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격은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기분 좋고. 결국엔 떨어졌지만,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까. (가능성이 보이는 게 응원이 되는 것 같아.) 맞아. 만약에 가능성이 정말 안 보였다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을지 가늠이 안 가지. 바로 포기했을까?”

- 여름이 지나면서 한 해의 반이 지났다는 생각이 드는데, 새로운 계절을 앞두고 있는 지금 생각했을 때, 올해에 이런 걸 ‘꼭 하고 싶다’ 하는 게 있어?

“음… 여행. 여행 가고 싶어. 목적지는 크게 상관이 없고, 그냥 정말 계획이 없는 여행을 가고 싶달까? 뭔가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한다는 게 그만큼 실망할 수도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하거든. 계획을 너무 둔다는 것은. 내 생각은 그래. 왜냐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을 때 불필요한 실망감이 생기잖아. 그래서 나는 진짜 무계획의 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은데. (혼자?) 혼자든? 상관없어. 남들이랑 가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정 그게 안 된다면 나 혼자라도? 왜냐면 여태 그런 자유로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 정말 학교만 다니고 그래가지고. 뭔가 나에게도 좀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서. 사실 요즘 세상에 오래, 몇 개월씩 공백기를 두고 쉴 순 없잖아. 그러니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여행을 짧게나마 하고 싶은 거지. 나름 정신적인 휴식을 위해서.

참 이게 너무 모순되는 것 같아. 내가 요즘 많이 느끼는 건데, 어떤 게 모순이 되냐면 취직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이게 가면 안 될 곳이라는 걸 알아. 그런데도 나는 간절해야 돼. 못 쉴 걸 알아, 이제는 정말로 휴식이 없다는 걸 아는데, 그러면서도 간절하게 그 상태가 되고 싶어 해야 되고. 근데 또 그 후로는 정말 내 자유로운 휴식이 없을텐데, 이게 계속 상충돼.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주변에 일하는 사람이 좀 있으니까 옆에서 보면 그 생활을 너무 알겠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가서 오래 있다가, 그럼 거기 안에서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겠지. 그리고 집에 와서, 오면 사실 하루가 다 끝나있지. 그 생활의 반복. 만약에 자취하면 내가 집에 왔을 때 아무도 없고. 그렇게 혼자 외롭게 있는 거 아니면, 회사에 있는 거. 이것 밖에는 루틴이 없으니까 많이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간절히 바라야 되는 게 맞나? 간절하긴 한데 이게 맞는 건가? 이래야 되는 게 맞아?' 이런 생각. 그렇다고 내가 이 사회에서 하고 싶은 걸 내 맘대로 할 수는 없고. 사실 우리 때가 가장 진짜 어려운 때잖아.

자기만의 취미나 여가생활이 중요한 것 같아. 그런 게 없으면 외로워지고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거지. 사람은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때가 아니라 자기가 정말로 마음 편한 어떤 걸 할 때 진정한 휴식이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 그런 것처럼. 정말 할 게 없고 사람도 없고 그래서 가만히 있는 건 휴식이 아닌 것 같아.”

P. S. 나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취준을 하면서, 나다움이라는 걸 진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 가장 먼저 해야할 게 나다움을 찾는 것 같더라고. 면접에서는 내가 내 옷을 입지 않으면 엄청 티가 나. 거짓말을 하면 보인다는 거지. 그래서 정말 나다움으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게 되게 까다로운 거지. 그리고 취준에서는 나다움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 조금 더 심화를 해야 해. 나다운 것을, ‘나다운게 뭘까, 나만의 강점이 뭘까’를 고민하고, 그게 좀 까다로운 것 같아. 강점에 어떻게든 틀을 맞추려다보니까 그게 어려운 부분인 것 같고…”